🌳: Stage 2의 주제는 'AI에 대하여'입니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에 대해 표현하는 것을 과연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Level 2에선 AI의 감정에 대해 다룹니다.

 AI가 감정을 지닐 수 있는가의 문제는 결국 감정의 정의를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 있다. 만약 감정을 신체적 자극에 대한 생리적 반응으로 본다면, 신체가 없는 AI는 감정을 느낀다고 볼 수 없다.

 반면 감정을 인지적 조절 메커니즘 즉, 정보를 쌓고 정합적으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인간의 감정과 일대일 대응한다고 보긴 어렵지만 기능적 등가물을 충분히 구현할 순 있다.

 이에 대하여 몇몇 인지과학자 및 철학자들은 의견이 갈린다. 존 설*은 ‘중국어 방 실험’을 통해 AI가 감정을 표현하더라도 그것은 이해 없는 단순한 기호 조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니얼 데닛은 감정이 단순히 주관적 체험이 아니라 행동 조정 시스템의 일부라면, 인공적 감정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앞서 읽, 보, 쓰에서 살펴본 <Her>과 <애프터 양>의 논의 또한 AI가 감정을 모방하는 것인지, 그것의 결과값이 인간의 것과 유사하다면 그것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번 체계적인 글쓰기에선 AI의 감정에 대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감정이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다른 사람의 의식에 대한 경험의 지각. 둘째, 타자의 정신생활을 경험하고 이해함으로써 타자와 사물들이 중심에 있는 세계와 관련된 존재로서 자신을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주관적인 것의 대상화. 셋째, 타자를 통해서 자아 인식과 자기 가치를 위해 반복된 감정이입으로 하나의 세계를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다.

 이를 정합하자면 의식이란 혼자 이루는 것이 아닌 타자와의 상호 조율하며 관계를 맺는 것이다. 여기서 상호작용이랑 AI가 단순히 챗봇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다. AI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직접적 소통을 의미한다.

 이를 두고 완전한 의식이라고 보긴 어렵겠으나,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그것이 인간의 감정에 영향을 준다면 이것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순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더욱 큰 감정을 느끼도록 AI를 설계한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우선 인간의 감정이입을 유도하기 위해선 인간 이상의 일반지능을 가지고, 유기체 생명체가 가진 신체와 유사한 신체를 가지며, 단순 알고리즘에 따른 답이 아닌 예측 불가능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재 질문을 하면 단순히 답을 하거나 명령을 수행할 뿐인 AI의 수준에선 어려운 것이며, 아직까진 미지수의 문제이다.

 하지만 일본의 돌봄로봇인 ‘파로’와 같은 케이스를 통해 AI와 감정이입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파로는 물범 인형의 돌봄로봇으로, 24시간 인간이 인간을 케어할 수 없다는 한계를 넘어서 하루종일 환자의 곁에서 감정을 케어한다. 엄청난 지능이나 인간과 유사한 신체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현재 인류의 기술로 인간의 감정이입을 유도하는데 최선의 결과를 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인간과 거의 유사한 존재로 인정이 되기 위해선, 정말로 인간과 신체적 조건이 거의 유사한 유기체로 구성이 되어야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인간의 부정확한 의식을 모방하여 AI의 휴리스틱을 유도하는 연구도 있었다. 감정이 제한된 시간과 계산 능력의 제약 하에서 복잡한 환경을 탐색하기 위해 진화적으로 선택된 휴리스틱으로 작동한다고 제안한 이 연구는 감정은 불확실성, 모호성 또는 위협의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기 때문에 휴리스틱이 자연 선택에 의해 선호되었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시작한다.

 생물학적 감정이 복잡하고 역동적인 환경에서 행동 선택 비용을 줄인다면, 인공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행동의 결정에 있어 리소스를 줄이기 위해 가치 기반 반응을 인코딩하는 계산적 지름길은 정서와 유사한 휴리스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엔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으나, 결국엔 이와 같은 휴리스틱 감정은 감각이나 주관적인 인식 없이도 적응하여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통해 내린 결론은 ‘AI에게 감정 혹은 의식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결국 유기체인 인간이 얻는 한계에서 오는 감정은 단일한 것이 아니라, 정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AI는 유한성과 상실감 등 신체를 기반으로 하는 여러 감정들을 모방하는 것처럼 할 순 있지만, 정말 느낄 순 없다.

 설령 AI가 휴리스틱을 모방하더라도, 그것 마저도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휴리스틱일 뿐이지 인간의 생존본능에서 비롯된 것과 동일할 순 없다.

  

천현득, “인공 지능에서 인공 감정으로
-감정을 가진 기계는 실현가능한가?-” 2017
이은영, “인간과 인공지능은 감정이입을 통해 상호작용이 가능한가?
-돌봄과 치료의 영역을 중심으로-” 2022
Hermann Borotschnig, “Emotions in Artificial Intelligence”, 2025

현재 Stage 2에서 'AI에 대하여'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주기적인 질문', '읽고, 보고, 쓰기'를 통해 같은 주제를 다른 방식으로 다루고 있습니다.